건강한 땅의 힘으로 자란 토마토, 미래 콘텐츠로 나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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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3-07-31
내용

혁신은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흔하게 먹는 토마토 속에서 숨은 경쟁력을 찾아내고, 농업의 미래를 본 젊은 농업인.

우리 땅에서 키운 건강한 토마토를 매개로 차별화된 농업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는

'그래도팜'의 원승현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타협하지 않는 신념과 결기로 지켜온 농원


강원도 영월, 다래산 굽이굽이 돌아 맑은 주천 강이 흐르는 산골짜기. 푸른 빛으로 에워싼 시야에 주황빛의 현대적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마치 카페처럼 잘 정돈된 이곳은 토마토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복합 문화 공간 ‘그래도팜’입니다.


대학에서 프로덕트 디자인을 공부하고 기업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그래도팜’의 원승현 대표는 2015년 부모님이 계신 영월 본가에서 농사일을 돕다 토마토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1983년부터 ‘원농원’이라는 이름으로 1,800여 평 부지에서 유기농사를 해 온 아버지의 농장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버지 농업 철학이 담긴 브랜드를 기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때는 농장에 관심이 없었지만 성인이 되어 보니, 
먹을 것을 만드는 일의 기본을 지키기 위해 ‘그래도’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을 올곧게 지켜온
부모님의 30년 세월이 다시 보이게 되었어요."



아버지는 수십 년의 세월 동안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그래도 해봐야지’, ‘그래도 어쩌겠냐’, ‘그래도 그럼 쓰냐’ 하시면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신념을 지키며 한결같이 지금의 먹거리를 만들어 오셨어요. 승현 씨는 아버지의 ‘그래도’에 응축된 삶과 단어, 가치를 보게 된 것이지요.

아버지의 농사에 대한 철학을 담아 ‘그래도팜’이라는 브랜드를 구축하며 자신만의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건강한 토마토를 자라게 하는 근원, 토양


사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한 것은 공부였습니다. 토마토에 흠뻑 빠져 토마토 농사를 배우면서, 토양학과 미생물학을 틈틈이 공부했어요.

공부를 하면서 주목하게 된 것은 바로 ‘흙’. 토마토가 자라는 근간이 되는 토양이었습니다.


"토양을 잘 다져 놓지 않으면 좋은 토마토가 나올 수 없어요.

특히 유기농업은 농약을 주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좋은 영양을 줄 수 있는 토양을 필요로 해요.
땅속에 좋은 미생물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퇴비를 만들어야 해요."

원승현 대표는 대부분의 시간을 퇴비 만드는 데 쓸 만큼 토양을 관리하는 데 매진하고 있습니다. 퇴비는 숙성하는 데만 최소 7개월이 걸리는데, 참나무 껍질과 미생물, 계분 등을 섞어 버무린 뒤 삭힙니다. 이렇게 오래 삭힌 퇴비는 검은빛을 내면서 양분이 가득한 좋은 냄새가 나요.

긴 기다림 속에 얻은 발효된 퇴비는 땅의 체질을 건강하게 바꿔줍니다.




농장의 가치와 특질을 담은 에어룸 토마토


‘그래도팜’에서는 30여 가지의 에어룸(Heirloom) 토마토를 재배합니다.

에어룸 토마토는 열매에서 직접 받아낸 씨로 길러낸 토마토를 말하는 것으로, 흔히 ‘순종’, ‘가보’ 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열매에서 직접 받아낸 씨로 번식하면 생산성이나 효율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형질이 유전되기 때문에, 지역의 풍토가 반영되고 결국 그 지역 그 종자만의 차별화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종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점점 심각해지는 종자 전쟁에서 농업의 핵심인 종자 권리를 스스로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다시 말해 100개의 농장이 있으면 100개의 개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농장마다 그 특질을 담은 고유의 토마토를 생산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지요.


바나나 레그, 핑크 범블비, 시칠리안 토게타, 몬세라트 등 ‘그래도팜’에서 기르는 에어룸 토마토는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모양과 크기, 색을 가지고 있는 품종이에요. 또한 에어룸 토마토는 아니지만 20년 넘게 키우고 있는 ‘기토’는 그래도팜의 시그니처 토마토입니다.

땅의 기운을 북돋아 기가 막히게 맛있다는 소비자 후기를 참고하여 ‘기토’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기토’는 향에서부터 기품이 느껴집니다.

건강한 흙에서 자랐기 때문에 은은한 흙의 기운을 품고 있어 탄탄하고 신선해요.




흙의 기운을 품은 토마토의 달콤한 맛


우리나라에서 보통 ‘토마토가 맛있나요?’하고 물으면 ‘당도가 높은가’라고 묻는 것과 같을 만큼 단맛을 중시합니다. 하지만 토마토는 달콤한 맛뿐만 아니라 신맛, 과일 고유의 맛, 부드러운 맛, 스모키한 맛, 시큼한 맛, 균형 잡힌 맛 등 그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어요.


"토마토의 맛을 이야기할 때는 맛 자체보다는 향미라는 표현이 더 어울립니다.
토마토는 복합적인 향이 조화를 이루어 풍부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이에요.
토마토가 좋은 향을 얻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토양이 좋은 미생물을 머금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래도팜’의 토마토밭에서는 맑은 흙 향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토마토 한 알을 따서 맛보니, 신선한 자연에서 나는 풋풋하고 맑은 향이 입안 가득 밀려왔어요.

설탕처럼 달콤한 단맛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기다린 깊은 달콤함이었습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 토마토를 콘텐츠로 내일을 꿈꾸다


유기농업을 통해 토마토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 원승현 대표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그중 하나가 소비자 경험형 브랜드 ‘토마로우(Tomarrow)’를 만든 것입니다.

‘토마로우(Tomarrow)’는 ‘토마토(Tomato)’와 ‘내일(Tomorrow)’을 합쳐 ‘지속 가능한 내일의 토마토’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를 위해 토마토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을 마련했어요. ‘토마토 인사이트 트립’을 통해 토양의 중요성과 다양한 토마토가 주는 매력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또 토양 전시관에서 건강한 땅과 흙을 체험하며 다양한 에어룸 토마토를 먹어보고 기록하면서 자신의 토마토 취향을 찾아볼 수 있어요. 이뿐만 아니라 토마토를 가지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피자를 직접 만들어 보거나 다양한 메뉴를 음미하면서 토마토의 깊은 풍미와 향을 느껴볼 수 있어요.


이 외에도 ‘그래도팜’은 여러 분야의 작가,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여러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디자이너와 협업해 만든 오브제, 보드게임용 업사이클링 플라스틱 등 쉴 새 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중이지요. 작년 말에는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습니다. 토마토를 시작으로 문화의 여러 지평으로 갈래를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토마토 농사를 시작하면서 흙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던 것처럼,

브랜드를 통해 토마토를 넘어 농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다양성의 토대 위에서 문화 콘텐츠로 발전하는 에너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농업을 넘어 문화 콘텐츠로 도약하는 ‘그래도팜’은 우리 농업의 미래 자산임이 분명합니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자신만의 스토리로 농산물의 가치를 올리는 젊은 농업인들에게서 우리 농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봅니다.



글 이한나 사진 박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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