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위한 현명한 선택 : 발효카페 ‘큔’ 김수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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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11-23
내용

옛 청와대가 자리했던 효자동 뒤편 궁정동의 조용한 골목길. 그 길 끝에 호젓하게 자리잡은

발효카페 은 농부들이 손수 재배한 농산물을 발효한 음식을 선보이는 곳이다.

하루를 분주하게 시작하는 발효카페 에서 김수향 공동 대표를 만나보았다.

 

글 이한나 사진 박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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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2617-2 영업시간 : ~일요일 11:00~16:00 인스타그램 계정 : grocery_cafe_qyun


우리가 먹는 음식은 어디에서 왔을까?’

발효카페 의 김수향 공동 대표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우리 농식품과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 노력해왔다. 재일교포 3세인 그는 일본에 한국을 소개하는 잡지 수카라를 창간해 기자로 활동하며 일본에 한국의 음식문화를 소개했었다. 그러다가 2006년 홍대 앞에서 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채소요리 카페 수카라를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우리 농산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취재를 하면서 농산물을 만드는 분들에게 주목하게 되었고,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서 카페를 운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때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몸을 회복할 수 있는 채소요리에 관심도 많았고요.”

 

당시 한국에서는 단일 품종 대량 생산이 주를 이루었고,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농부를 만나기 어려워서 생협에서 채소를 공급받았다. 그렇지만 좋은 농산물을 공급받기 위해 어떻게 할까 늘 고민을 하며 틈만 나면 전국의 5일장을 찾았다. 5일장에는 보통 지역 사람들이 다품종 소량 생산한 텃밭 채소를 가지고 나온다. 그곳에서는 생산자의 얼굴을 보며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누가 생산했는지 모르는 대량 생산물이 아닌 얼굴이 있는 농산물, 생산자가 누구인지 아는 생산물을 만나는 것이다. 이런 시장이 서울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농부시장 마르쉐@’. ‘마르쉐@’는 디자이너, 농부, 수공예 작가 등 소수의 사람이 모여 생산자가 보이는 시장을 만든 것,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신선하고 좋은 채소를 가장 맛있게 보관하는 방법, 발효

김수향 대표가 생산자가 보이는 시장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달려온 것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충격이 큰 동기가 되었다. 당시 일본에 있었던 그는 사고의 여파로 가족이 살았던 터전의 물과 흙, 공기가 한순간에 오염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그때 그가 살던 집도 후쿠시마로부터 온 전기를 공급받고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평생을 쓰던 전기가 어디에서 공급되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는 것에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살아온 시스템에 관해 처음으로 고민하게 됐어요.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절실하게 난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묻는 시간이었습니다.”

 



김수향 대표는 이 사건을 계기로 내가 살아가는 환경의 생산을 확인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확고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땅에서 일군 농작물이 소비자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이 보이게 하는 시장에 대한 생각이 선명해졌다. 생산부터 식탁까지 이르는 유통과정을 자본주의가 철저하게 가려 왔다면, 이제는 이 과정이 보이는 시장을 열고 싶었다.

 

농부시장 마르쉐@’를 통해 다양한 품종의 채소를 접하게 되자 수카라의 메뉴도 다양해졌다. 기존에 있던 동물성 식단의 음식을 대신해 채소의 풍미와 깊은 맛을 전해줄 수 있는 음식들이 하나둘씩 자리잡았고, 이때 김수향 대표는 발효에 주목하게 됐다.

 

한국의 음식문화를 일본에 알리는 일을 하다 보니 한국음식의 특징을 잘 알고 있었어요. 한국음식은 여러 가지 특징들이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발효식품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음식에 발효가 빠지지 않죠. 예를 들어 전이나 튀김요리를 먹을 때에도 간장을 찍어 먹고, 생채소를 먹을 때에도 고추장이나 쌈장 등 발효된 소스들과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잖아요.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음식에는 발효식품이

빠진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발효가 스며들어 있어요. 그래서 언젠가는 한국의 발효식품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어요.”

 

실용적인 이유도 있었다. 신선하고 좋은 채소를 맛있게 먹기 위해 보관하려면 발효가 필요했다. 발효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다 보니 발효 조미료의 수가 늘어 저장공간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중 지금의 발효카페 의 건물에서 발효연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본격적으로 을 기획하게 되었다.

 

발효카페 의 이름은 버섯 ()’에서 따왔다. 자연스럽게 발효를 나타내는 이름을 쓰고 싶었는데, ‘이라는 한자 자체가 아름다웠다. 곳간 안에 쌀이 쌓여 있고 그 곳간 위에 곰팡이를 뜻하는 한자가 있다. 하지만 이라는 단어가 일상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틀어서 이라고 이름 붙이고 자연스럽게 발효를 떠올리게 했다. 의도대로 은 한 번 들으며 잊히지 않는 이름이

되었다. 입소문을 타고 을 찾는 사람들은 옛 수카라의 향수를, 발효식품의 진미를 체험하게 됐다.

 

발효의 가치를 전하는 선한 공동체

의 발효식품은 가장 신선한 농산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식재료가 바뀐다. 요즘은 제철 채소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이 높아져서 에 방문하여 제철 채소와 발효소스를 곁들여 만든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중 비건 발효버터 커리는 오랜 시간 연구 끝에 개발한 비건 발효버터를 활용한 메뉴로 가장 인기가 좋다. 깊은 풍미를 가진 커리에 구운 채소를 곁들여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제철에 난 생명력이 가득한 채소와 발효식품은 먹을수록 몸에 생기를 더하고 입맛을 돋워준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발효식품을 어렵게 생각한다.

 

10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발효 열풍이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발효라는 단어를 쓰면 김치, 젓갈, 장 등 전통적인 음식들만 연상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렵다고 인식하더라고요. 하지만 사실 발효는 간단해요. 채소를 버무리고 절이며 시간이 보태지면 맛이 깊어지거든요. 저희 가게에서 제철 채소와 발효소스로 만들어진 음식을 맛보고 소스를 사 가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소스 하나만 있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경험을 하면서 발효에 대한 인식이 넓어져 가고 있는 것이죠.”

 

김수향 대표는 발효의 맛을 알리는 것 외에도 사람들이 발효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발효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제철 재료를 활용한 발효의 다양한 방법을 소비자에게 직접 보여준다.

 

한국의 발효는 주로 야생균을 활용하는 데다 복합 발효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어요. ‘이라는 공간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발효문화를 향유했으면 좋겠어요. 발효를 직접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지속적인 먹거리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발효를 옛 문화로 인식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발효카페 은 발효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숨쉬고 먹고 살아가는 생태계를 온전히 알아가고자 시작한 농부시장’, 그리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자연의 방식으로 만든 요리를 맛보는 발효카페 까지. 건강한 먹거리를 향한 김수향 대표의 고민은 현재 진행중이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안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먹거리를 바꿔야 삶이 바뀌고, 건강한 삶의 토대는 결국 건강한 생태계로부터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을 또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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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카페 에서는 농부들이 손수 재배한 신선한 농산물을 직접 만나볼 수 있도록

매주 의 작은 채소가게도 운영하고 있다.

 


시간      매주 수요일 15:30~16:30 (5~11월 운영)

운영      고양 찬우물농장’, ‘양평 자란다 팜이 번갈아 가면서 운영

- 매주 어떤 농산물을 제공하는지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통해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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