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 목장에서 보낸 하루 : 경기도 용인, ‘농도원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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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11-23
내용

자연은 한시도 멈춰 있지 않다. 푸르던 수목은 계절의 순환에 따라 색을 바꾸고 나뭇잎을 떨구고,

종내 흙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아직 푸르름이 채 가시지 않은 농도원목장에서 지난 계절의

피로를 씻어낸다. 번다했던 시간들이 걷히고 풍경은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만 남았다.

 

글 박준영 사진 박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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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가적 풍경을 간직한 아름다운 목장

때로는 어떤 풍경 속에 나를 가두어 두고 싶을 때가 있다. 차가운 기운이 살갗에 닿을 때마다 몸은 움츠러들었지만, 자연이 눈앞에 펼쳐 놓은 장면에 순간순간 마음이 머물렀다. 서울에서 1시간 남짓, 빌딩숲을 벗어나는가 싶더니 이내 초겨울 빛 바랜 나무들의 행렬을 따라 좁은 외길로 들어선다. 길은 적막하게 뻗어 있지만 결코 고독하지 않다. 이 길 끝에 마치 숨겨진 보물처럼 농도원목장이 나타난다. 멀리 보이는

산은 하늘과 맞닿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목장을 드문드문 거니는 젖소와 양들은 이제와는 다른 세상을 열어 보여주는 듯 신비롭다. 가끔 동물들의 낮은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마음은 적요해진다. 툭 트인 시야에 담기는 것은 숙성의 시간을 건넌 초목과 들녘. 누구나 마음 한 켠 목가적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면 여기 농도원목장이 아닐까.

 

자연을 품에 안은 아이들을 위한 목장

가장 아름다운 목장으로 선정될 만큼 목가적인 풍경과 멋스런 건축물을 간직한 농도원목장은 약 5만 평에 100여 마리의 젖소들을 키우는 목장이다. 1952년도에 설립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목장 중 하나이다. 유가공품을 생산하며 우유 소비와 홍보, 인식 개선에 힘쓰고, 낙농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농도원목장은 농업 운동의 중심이었던 가나안 농군학교가 지금의 농도원목장 땅에 세워지면서 시작되었고, 1973년 젖소목장으로 탈바꿈하면서 지금의 농도원목장이 일구어졌다. 황병익 대표는 1991년도에 농도원목장에 전산 시스템을 도입하여 생산성을 증가시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목장으로 자리잡게 하였다.

 

농도원목장은 다른 목장과 마찬가지로 품질 좋은 원유 생산을 목표로 운영되던 곳이었다. 그러나 20년쯤 전에 지역 초등학생들이 목장에 방문하는 것을 시작으로 변화의 물꼬가 트였다. 악취가 생길 수밖에 없는 축산업의 특성상 아이들의 방문을 그저 반길 수만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 노파심은 아랑곳없다는 듯, 아이들은 목장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동물들과 두려움 없이 어울렸다. 목장을 개방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목장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젖소 사육만을 목적으로 운영되던 목장이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어려움이 따랐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아이들이 목장에서 뛰어 놀면서 자연 그대로를 만끽하고 목장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건초 주기’, ‘젖소 젖 짜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트랙터 타기등은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2007년부터는 밀크 스쿨(MILK SCHOOL)’을 짓고 전문 직원을 채용하여 더욱 우수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우유 소비 홍보와 축사 현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연간 3만 명 이상의 체험객이 방문하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체험 목장이 되었다.

 


 

 문화적, 공익적 가치가 살아 있는 목장

농도원목장은 체험 프로그램 외에도 체험객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오랫동안 목장을 사랑하는 고객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2010년부터 매년 재즈,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회를 연다. 2018년부터는 용인시 후원으로 별빛마실이라는 축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목장이 단순히 우유를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공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농도원목장에 아름다운 자연을 가져다 놓은 또 하나의 생물은 반딧불이다. 깨끗하고 맑은 곳에서만 서식한다는 반딧불이를 이곳 농도원목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매년 농도원목장을 자주 찾는 소수의 가족들을 초청하여 자연이 준 선물 같은 아름다운 반딧불이를 함께 감상한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뿐만 아니라, 종종 목장을 뛰어다니는 야생 노루와 고라니, 나무를 타는 다람쥐와 청설모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동물과 교감하며 자연과 공존하며 사는 법을 배운다.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목장

농도원목장은 원유 생산, 체험 프로그램 운영에 그치지 않고, 유가공품을 생산하며 우유 소비를 진작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2014년 국립축산과학원의 기술을 지원받아 개발한 농도원 요거트는 품질 좋은 원유를 5시간 이상 숙성하여 만든, 우유의 맛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유제품이다. 최근에는 사람들의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킨 그릭요구르트도 개발 중이다. 원유의 품질에 대한 자부심은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상품 개발을 추진할 수 있게 했다. 그러한 변화만이 지금처럼 목장을 북적거리게 만들고, 젖소와 교감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게 하며, 목장의 가치를 재생시켜줄 것을 믿기 때문이다.

 

푸르렀던 초목에 어느새 겨울 바람이 인다. 어지럽던 나날을 묻고 잔잔하게 숨을 고르며 여백을 채우는 시간이다. 겨울은 비움으로써 사계를 완성한다. 그 단단한 마음이 새롭게 소생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아닐까. 모든 것은 시간의 발효 속에서 조금 더 온전해질 테니. 목장의 하루가 느리게 흘러간다. 긴긴 시간이 무던히 지난했던 일상을 비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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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도원목장 체험 프로그램 소개

 

· 아이스크림 만들기

얼음과 소금을 이용하여 맛있는 우유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보는 체험.

 

· 송아지 우유 주기

송아지가 우유 먹는 모습을 보고, 젖을 빠는 힘이 얼마나 강한지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체험.

 

· 양 건초 주기

양에게 직접 건초를 주면서 반추동물의 소화 원리를 배우는 흥미로운 체험.

 

· 젖소 젖 짜기

갓 짠 우유에서 따뜻한 어미 젖소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체험.

 

· 송아지 만지기

어린이들이 젖소를 만지며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체험.

 

· 트랙터 타기

트랙터를 타고 소나무 숲을 지나 초지와 언덕을 넘어 목장을 한 바퀴를 돌아오는 체험.

 

· 치즈 만들기

아침에 갓 짜낸 신선한 원유를 이용하여 살균·발효과정을 거쳐 스트링치즈, 모짜렐라치즈, 훼이치즈 등을 만들 수 있는 체험.

 

체험 프로그램은 방문 전 홈페이지나 전화 문의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홈페이지 www.nongdo.co.kr

전화 031-321-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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