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식초 임장옥 명인 : 신의 물, 자연이 준 특별한 선물

추천
등록일
2022-11-23
내용




― 식품명인 41호 

감식초 임장옥 명인



우리나라는 집집마다 술을 빚어 먹었듯, 초두루미를 놓고 여러 가지 식초를 발효시켜 먹었다.

발효식초에 이용되는 여러 농산물 중에서도 감을 활용한 감식초는 영양분이 풍부하고,

새콤달콤한 맛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국내 유일 감식초 명인으로 선정된

임장옥 명인과 함께 우리 발효식품의 가치를 생각해보았다.

 

글 박준영 사진 박나연


-----------------------------------------------------------------------



인류가 만든 최초의 조미료, 식초

명인을 만나기 위해 전라북도 정읍에 들어서자 도로가에 우거진 감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명인의 감식초 작업소는 앞에는 들, 뒤에는 우거진 숲에 둘러싸여 자연의 평온함이 깃들어 있었다. 풍요로운 자연과 주황빛으로 물든 감을 보는 것만으로도 명인의 감식초가 가진 특별함이 전해져 왔다. 이내 곳곳에서 새콤하고 달콤한 식초의 향이 바람을 타고 흘러 들었다. 서리가 내려 앉은 듯한 은발의 명인의 모습에는 오랜 시간 전통을 지켜온 자부심이 형형히 살아 있었다.

 

식초는 다양한 발효식품 중 인류가 만든 최초의 조미료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오랜 역사와 기원을 갖고 있다. 식초에 관한 첫 기록은 기원전 5,000년경 고대 바빌로니아(메소포타미아 남부)에서 건포도와 대추야자가 발효식초가 되었다는 내용이 담긴 고문서에서 발견됐다. 우리나라의 식초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삼국지에 고구려인들이 식초 양조하기를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식초가 음식 조리나 약용 등 다양하게 사용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따라 곡물과 과일 등을 활용하여 여러 종류의 발효식초를 빚어 왔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우리술 문화의 맥이 끊기기 시작하였고, 술이 한 번 더 발효되어 만들어지는 발효식초 역시 위기를 맞았다. 이때 희석 초산과 같은 저가의 식초들이 자리잡게 되었다. 다행히도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문화로서의 전통주에 대한 보전 노력이 진행되면서 전통 방식의 발효식초가 다시 등장했고, 식초에 대한 영양학적 효과가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건강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발효식초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산성식품들이 몸에 안 좋다고 알려져서 신맛이 나는 식초도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발효식초는 체내에 흡수되면 알칼리성으로 변화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식초에 해독 및 살균, 피로 해소 등 다양한 효과들이 많이 입증되었습니다. 건강식품으로 인식되면서 양조식초, 빙초산

대신 전통 식초인 발효식초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명인은 1994년도에 지금의 회사를 설립하면서 발효식초의 효능을 알리기 위해 힘썼다. 2012대한민국식품명인으로 지정되면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높아져 감식초가 더욱 유명해졌다.

 

 

감식초를 마시고 되찾은 건강

국내 최초로 감식초 보유기능으로 2012대한민국식품명인이 된 임장옥 명인은 어렸을 적부터 식초 빚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의 어머니가 친정에서 감식초 빚는 법을 배워 결혼한 뒤에도 감식초를 자주 빚었기 때문이다. 그때 어머니를 도우면서 배워 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감식초 비법으로

지금의 명인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명인이 감식초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젊은 시절 20년 넘게 농협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식초와는 무관한 삶을 살았다. 그러다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잦은 술자리와 하루 서너 갑의 담배를 피우면서 건강을 해치게 되었습니다. 위궤양, 장염, 간 기능이 저하되면서 병원을 제집 드나들 듯했고 약을 달고 살았죠. 그러던 중 직장 선배가 감식초를 먹으면 건강이 좋아질 거라고 추천을 해줬습니다. 당시에는 감식초는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던 식품이어서 막막하던 찰나에 어머니가 빚으시던 식초가 떠올랐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식초가 바로 감식초였던 것이죠.”

 

10년 정도 약을 먹어도 별 차도가 없었지만, 감식초를 먹은 이후 병세가 호전되며 지금까지도 약 없이 건강한 삶을 보내고 있다. 감식초의 놀라운 효능을 몸소 체험하게 된 그는 자신이 느꼈던 효과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1994년 지금의 회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감식초 제조를 시작했다.

 

감식초를 빚으면서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발효식초는 재료도 비싸고 만드는 과정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시중에 판매하는 식초들보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데요.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던 시기도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식품을 고를 때 건강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전과 다르게 발효식초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식품명인으로도 지정되면서 제품에 대한 자부심과 소비자의

신뢰가 높아지고 판매량이 늘어 사람들에게 감식초의 효능을 더 많이 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명인은 감식초 외에도 현미, 매실, 고구마 등의 원물을 활용하여 다양한 발효식초를 빚고 있다. 이런 발효식초들은 건강을 생각하는 다양한 소비자층을 만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입소문으로 그의 발효식초를 한 번 맛본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재구매를 하면서 발효식초의 효능을 체험 중이다. 발효식초의 명맥을 잇기 위해 명인이 노력한 결실을 맺고 있다.


 

한국 발효식초의 가치를 인정받다

그의 감식초 제조법은 조선시대의 가정생활서인 증보산림경제에 기록된 제조법을 바탕으로 한다. 감을

씻은 뒤 항아리에 담아 1차로 숙성시킨 뒤 감에 곰팡이가 생기면 맑은 술을 붓고 누룩을 함께 항아리에 넣어 다시 한번 발효를 시킨다. 이후 감을 거른 뒤 다시 한번 숙성기간을 거쳐야만 발효식초가 완성된다. 충분한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하는 발효식초는 발효식품의 정수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뛰어난 감식초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 선정부터 중요합니다. 정읍에 회사를 설립한 것도 이 지역의 특산물인 좋은 먹시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먹시감에는 위와 장을 보호해주는 등 인체에 매우 좋은 성분인 타닌이 많아 품질이 뛰어난 식초가 빚어집니다. 다른 원물로 식초를 만들 때는 첨가물이 필요하지만 감에는 자체 당이 충분하여 첨가물 없이 오로지 재료 자체에 시간과 정성을 더해 원물 그대로의 식초를 만들어 낼 수 있답니다.”

 

명인은 감식초를 멸종 위기에 놓인 종자와 음식을 보존하기 위한 세계슬로푸드의 프로젝트인 맛의 방주2,000번째로 등재시켰다. ‘맛의 방주는 노력하여 지키지 않으면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르는 음식문화 유산을 잊히지 않도록 보존하고 육성하기 위한 글로벌한 사업이다. 명인은 한국의 전통적인 발효식초의 가치가 인정받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감식초로 건강을 지키고 새로운 생을 사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도 그러했던 것처럼.

 

음식은 약과 같아요. 좋은 재료로 음식을 먹는다면 아플 일 없이 건강한 나날을 보낼 수 있어요.”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고속화되어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자연의 시간을 기다리고 천천히 살아가는 것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일이다. 명인의 발효식초가 그 소명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감식초 한 병에 우리 자연과 조상의 지혜와 명인의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첨부파일

댓글쓰기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