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산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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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10-18
내용
우리나라는 산이 많은 나라다. 서울만 해도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관악산 등 그다지 높지 않은 산들로 둘러싸였고 한가운데는 나지막한 남산이 있다. 미술사학자 유홍준은 “한국인에게 산은 곁에 두고 살면서 언제 어느 때나 어린애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오르는 대상”이라며 “한국인에게 산은 일상의 공간인 셈”(‘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 순례’)이라고 했다.

많은 이들이 산에 오른 소감을 글로 남겼다. 민족운동가 민세 안재홍이 1930년 백두산에 오른 16일의 여정을 담은 ‘백두산 등척기’에서 최고봉인 병사봉에 올라 천지를 내려다본 느낌을 표현한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걸음을 옮겨 고개 위에 다다르자, 검푸른 빛을 진하게 드리운 천지의 물이 그야말로 천지 석벽의 깊고 깊은 속에 고요히 담겨 수면의 깨끗함이 거울 같이 곱다. 창고(蒼古)하고 검푸른 바깥 둘레 산의 천길 깎아지른 벼랑이 화구(火口)의 본색대로 사방 둘레에 치솟았다. 신비하고 영이(靈異)한 기색이 저절로 속세를 초월하는 신운(神韻)을 나부끼게 한다.”

영국 등산가 프랭크 스마이드는 저서 ‘산의 정기’에서 “자연은 우리들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훈련으로 정복되어야 하는 대상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들의 한 부분이며 만물에 이어진 아름다움과 장엄이다. 산에서 우리는 깨달음을 얻고 삶의 의미를 배운다”고 했다. 법정 스님이 산문집 ‘맑고 향기롭게’ 서문에서 “산중에 외떨어져 살고 있지만 나는 늘 모든 존재와 함께 있다. 어느 한순간도 나 자신이 만물과 분리되어 있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말한 이유다.

오늘이 ‘산의 날’이다. 산림청은 유엔의 ‘2002년 세계 산의 해’를 계기로 10월18일을 산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 산이 가장 아름다운 10월 중 하루로 정하기로 한 뒤, 한자로 십(十)과 팔(八)이 합쳐져 나무(木)가 되는 의미가 있는 날을 선택했다고 한다. 국민 모두가 산을 느끼고 체험하면서 산에 대한 인식을 높이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산마다 단풍이 물드는 때다. 가을 산의 정취를 즐기려는 등산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산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세계일보 박완규 논설위원

* 기사, 썸네일이미지 출처: https://www.segye.com/newsView/20221017523015?OutUrl=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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