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사과생산 10년새 16배… 감자농부가 사과농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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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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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에서 30년 가까이 고랭지 감자와 무, 배추 농사를 지어온 이명운(58)씨는 4년 전 사과 농부가 됐다. 당시 7600㎡(약 2300평)에 1000그루를 심었는데 최근 수확량이 늘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고랭지에서 자란 강원도 사과는 서울 가락동 공판장에서 일반 사과보다 맛있어 1㎏당 2만원쯤 더 쳐준다”고 했다.

기후 변화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작물 생산 지형이 바뀌어가고 있다. 사과 산지 중 하나로 강원도가 떠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사과는 연평균 기온이 12도 이하인 곳에서 가장 잘 자라는데, 강원도의 사과 생산량은 작년 2만3503t(톤)으로 10년 전인 2012년 1422t에서 16배 늘었다. 재배 면적도 2012년에 434ha(헥타르·1ha는 약 3000평)에 불과했지만 10년 새 4배 가까이 늘어 1630ha가 됐다. 작년 생산량 기준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5위에 해당한다.

경북 봉화 출신인 최원근(68)씨는 2014년부터 휴전선 바로 밑인 강원 양구에서 사과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최씨는 “20여 년 전부터 전국을 다니며 사과 농사를 지을 만한 기후를 갖춘 곳을 물색해 양구에 터를 잡았다”고 했다. 경북 문경에서 사과 농사를 짓던 김법종(67)씨도 양구로 이주해 사과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낙동강변 해발 80m 지역에서 사과 농사를 지었었는데 해가 갈수록 사과의 맛이 떨어지고 과실의 색도 탁해졌다”며 지역을 옮긴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사과가 특산물이던 대구에선 생산량이 많이 줄었다. 집계가 시작된 1982년 8663t에 달했던 대구 사과 생산량은 점차 줄어 지난 2018년 이후 계속 1000t을 넘지 못했다. 작년엔 752t에 그쳤다. 대구뿐 아니라 경북에서도 남쪽인 군위, 성주, 영천 등도 사과 재배량이 줄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감귤, 체리, 단감 등 ‘남쪽 과일’들이 채우고 있다. 대구에서 530㎡(약 160평) 규모의 하우스 감귤 농사를 짓는 엄정식(53)씨는 “올해 수확량을 3.3t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제주도의 면적당 감귤 생산량(330㎡당 2t)과 비슷한 셈이다.

기후변화로 육지뿐만 아니라 바다 수온도 오르면서 어업 생산 지도도 바뀌고 있다. 흑산도 등 전라남도 특산물로 유명한 홍어의 주산지가 점차 북으로 올라가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전북에선 홍어가 거의 잡히지 않아 참홍어 어획량이 3t 정도에 불과했는데, 2019년부터 점차 늘어 작년 637t으로 급증하며 전남의 어획량(288t)을 역전했다.

조선일보 김휘원 기자

* 기사, 썸네일이미지 출처: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2/10/20/RFGCDZPTYBB5RPB76RFLQXZBRA/?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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