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삼나무, 향토 수종으로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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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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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제주시 연동 노루손이오름. 해발 600m가량의 야트막한 화산체로 임도와 산책을 위한 오솔길이 있었다. 남쪽에서 임도를 따라 들어가 보니 소나무 숲이 먼저 반겼다. 100m가량 지나 오솔길로 진입하자 소나무는 사라지고 온통 아름드리 삼나무로 빽빽하게 들어찼다. 바닥에는 다년생 풀인 쇠무릎 정도만 보일 뿐 다른 들풀은 보이지 않았다.


1970년대 종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인공적으로 삼나무를 밀식한 것. 노루손이오름뿐만 아니라 제주지역 곳곳에 대량으로 심어진 삼나무는 방풍 등의 효과가 있지만 봄철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자연경관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주도는 인공 조림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국유림과 공유림, 오름 등지에 식재한 삼나무를 향토 수종으로 대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11일 밝혔다. 삼나무 식재 면적은 국토 최남단 마라도 면적(30만 m²)의 145배에 달하는 4340만 m²로 추정하고 있다.


감귤과수원 방풍이나 숲길 조성, 휴양림에서 산림 치유 등의 용도로 쓰이는 삼나무를 제외하고 종 다양성을 해치는 것으로 판단되는 곳에서 대체 조림을 실시한다. 삼나무를 베어낸 자리에는 상수리나무, 붉가시나무, 황칠나무 등 향토 수종을 심을 예정이다. 상수리나무는 소나무보다 탄소흡수력이 1.8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2∼4세기 제주시 외도동 탐라시대 유적에서 상수리나무 계통의 목탄이 발굴되는 등 제주 고유의 수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까지 기록상으로 제주지역 인공 조림은 1922년 일제강점기에 제주시 아라동 지역에서 처음 이뤄졌으며, 당시 삼나무가 일제에 의해 조림용으로 들어왔다. 식재 수종은 삼나무를 비롯해 해송, 편백나무, 상수리나무도 있었다. 광복 이후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산림 계획에 따라 삼나무가 대량으로 심어졌으며, 속성수의 특성을 활용하기 위해 감귤과수원의 방풍용 식재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제주도는 삼나무 대체 식재사업과 함께 ‘행복한 제주 숲 만들기’를 위해 2026년까지 663억 원을 투자해 나무 600만 그루를 식재한다. 이는 탄소 2만6100t을 흡수하고 승용차 1만875대의 배출 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를 낸다. 우선 △도시바람길 숲 △복지시설 나눔 숲 △녹색쌈지 숲 △생활밀착형 숲 △기후변화대응 숲 등 다양한 유형의 도시 숲을 확충하고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에 연차적으로 나무를 심는다.


허문정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도시 숲은 도민들에게 걷기, 운동, 휴식, 치유를 위한 녹색 공간을 제공하는 한편 대기 오염과 열섬 현상을 감소시키고 차량 소음을 차단해준다”며 “인공 조림 100주년을 맞아 활력과 생명력이 넘치는 녹색도시 제주를 실현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임재영 기자

* 기사, 썸네일이미지 출처: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1012/1159066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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