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 튀겼던 식용유, 이제 내차에 주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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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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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를 제조하고 남은 식용유를 이용해 바이오디젤을 만들고 이걸 차량에 주유한다고?"


롯데제과와 현대오일뱅크가 경유에 들어가는 바이오디젤 원료유를 공급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식품사와 정유사의 협력은 국내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롯데제과와 현대오일뱅크는 1일 바이오사업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롯데제과가 국내외 식료품 제조·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현대오일뱅크의 바이오디젤 공정 원료로 공급하는 것이 이번 제휴의 골자다. 업계에서는 롯데제과와 현대오일뱅크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력 제휴라고 평가하면서 이종 업종 간 협업이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롯데제과 움직임은 바이오디젤을 포함한 '올레오케미컬(Oleochemical)'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롯데그룹의 미래 사업비전과 맞물려 있다. 올레오케미컬은 과자나 식품을 만들 때 사용했던 식용유를 재활용해 바이오디젤, 화장품, 비누 등을 만드는 비(非)식품 유지 사업이다. 롯데푸드와 롯데제과가 합병하기 전에 롯데푸드는 미래 주력 사업으로 올레오케미컬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는 그동안 수입해 쓰던 식용유, 팜유 등을 롯데제과에서 받아 바이오디젤뿐 아니라 항공유까지 제조하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화이트 바이오란 다양한 식물자원을 원료로 각종 에너지원과 화학소재를 생산하는 탄소저감 산업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1단계로 2023년까지 대산공장 내에 연산 13만t 규모의 차세대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2단계로는 비식용 원료에 수소를 첨가해 차세대 바이오 항공유를 생산하고 세계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목표다. 현대오일뱅크가 추진하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은 원료 조달에서 기존 방식과 차별화된다.


기존 바이오 산업은 대두, 옥수수, 팜 등 식용 자원에서 에너지원을 추출해 왔으나 식량 부족 등 부작용 때문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식용 원료 사용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기름 찌꺼기, 폐식용유, 땅에 떨어진 팜 열매 등 비식용 자원을 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롯데제과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식용 유지 사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치킨을 튀기는 올리브유, 마가린, 콩식용유, 옥수수기름 등 식품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 집중했다.


롯데제과는 저출산으로 식품 소비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올레오케미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동시에 ESG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진성 롯데제과 사업대표는 "기존에는 식용유 등을 만들고 남는 기름은 폐기했다"면서 "한 번 사용했던 식용유를 재활용해 ESG경영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식용유는 연간 20만t에 달한다. 이 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50% 수준에 불과하다. 폐식용유를 그냥 버리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지만 바이오디젤로 재활용하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자원순환과 환경보호에도 긍정적이다.


현재 시중 주유소에서 팔리는 경유에는 이미 바이오디젤이 3.5% 섞인 상태다. 바이오디젤은 일반 경유 연료로 대체가 가능하다. 특히 경유와 비교했을 때 배기가스 배출량이 3분의 1 수준이어서 친환경적이다. 하지만 바이오디젤은 경유보다 가격이 2배 이상 비싸다. 바이오디젤 자체 가격은 높지만 탄소배출권 구매 시장을 생각하면 기존 3.5%인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8%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10월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계획을 발표하면서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비율을 8%로 상향하는 안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와 수소차로 바뀌는 전환기에 바이오연료가 '탄소저감'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선택 롯데제과 영업본부장은 "디젤이 처음 엔진을 개발할 때 땅콩기름을 사용했다"면서 " 바이오연료는 별도의 충전소 등 추가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차량을 개조하지 않고도 바로 일반 차량에 적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김기정 기자

* 기사, 썸네일이미지 출처: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2/08/677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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