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식량위기 해결책은 GMO가 아니라 탄소농업

추천
등록일
2022-11-01
내용
유전자변형생물체(GMO, LMO) 규제 완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하나로 주목받고, 정부는 그린바이오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지엠오 규제완화 입법도 추진 중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이상기후 현상이 크게 늘면서 식량위기를 풀 해법은 지엠오 이외에는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식량위기는 식량 생산량이 모자라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세계 식량의 약 30%가 쓰레기로 버려지는 게 현실이다. 증산에서 식량위기 해법을 찾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지엠오 증산’은 또다른 문제도 많다. 우선 식량수입국들은 곡물 메이저에 더욱 종속된다. 농업기술과 생산 인프라, 장비 등이 부족하고 유통·소비시장도 취약한 농산물 수입국에서 안전한 지엠오가 개발돼 고부가가치 작물로 시장화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외려 효율성 제고를 명목으로 한 대규모 경작지 조성과 기계화 결과 농민들의 경제적 지위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 식량시장은 곡물 메이저가 주도하는 지엠오 공급체계에 편입되고, 지엠오 종자와 농약, 비료 의존도도 커질 것이다. 지엠오 재배와 결부된 고독성 제초제(글리포세이트)는 농민과 농촌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도 큰 문제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약탈적인 지엠오 재배는 식물, 곤충, 흙 속 미생물 등을 무차별적으로 죽여 생태계를 파괴·교란한다는 점이다. 또 표토를 유실시켜 흙의 생산성을 크게 훼손한다. 기후위기의 대안이 되기는커녕 토양유실로 공기 중 탄소배출을 늘린다.

식량 수입국들은 지엠오가 아니라 재생농업, 탄소농법(탄소농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 흙 속에 탄소를 격리하는 탄소농업은 물리적·생물학적·화학적 간섭 최소화(무경운, 화학물질 사용금지 등), 덮개작물 활용, 통합순환형 축산 등을 포괄한다. 표토 손실과 토양유실을 막아 가뭄과 홍수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고, 식물과 미생물이 공생하도록 해 생물다양성을 제고하고, 흙 속 유기물·무기물 함량을 높여 작물 생산성도 높인다. 세계 곳곳에서 탄소농업이 생산성 증대로 이어진 실증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탄소농업으로 1㏊당 탄소 1t이 증가하면 밀 수확량이 20~40㎏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도되기도 했다. 탄소농업은 대규모 경작지 조성과 기계화를 전제로 하지 않아 소농의 지위와 공정한 배분의 관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2016년 파리 유엔기후협약 총회에서 프랑스는 탄소농업의 탄소격리 능력을 기초로 ‘0.4% 원칙’을 제시했다. 지표의 탄소흡수량을 매년 0.4%씩만 올려도 산업활동으로 배출한 온실가스를 모두 흙에 저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미생물과 공생하면서 자라난 식물에는 인간 건강에 필수 성분, 특히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도 풍부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기후위기를 막는 탄소농업을 널리 확산시켜야 하는 이유다.


한겨레 이영근 사회적협동조합 탄소치유농업연구소 소장·변호사 기고
* 기사, 썸네일이미지 출처: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065118.html
첨부파일

댓글쓰기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