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문제로 부상한 식량… 기업들, 해외 곡물확보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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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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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등으로 식량 공급이 줄면서 식량 위기가 증폭하고 있다. 식량이 안보 문제로 떠오르자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민간 기업들이 해외 곡물 터미널 등을 통해 확보하는 식량은 식량 안보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3일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곡물 자급률(사료용 포함)은 2020년 기준 20.2%에 불과하다. 1970년 80.5%에 달했지만, 50년 만에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사료를 제외한 식량 자급률은 45.8%에 그친다. 우리가 먹는 곡물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 곡물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으로 치솟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밀 선물가격(올해 6월 14일 기준)은 t당 387.36달러다. 1년 전 247.65달러보다 56.4%나 급등했다. 같은 비교 기준으로 보면 옥수수는 t당 301.86달러로 15.7%, 콩(대두)은 626.75달러로 15.9% 각각 상승했다.


국제 가격은 국내 먹거리 가격과 수입 규모를 지속해서 밀어 올린다. 올해 2분기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11.6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농림축산물 수입액은 약 125억3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8% 뛰었다. 올해 3분기 곡물 수입단가는 2분기 대비 13.4%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식량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해외 식량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민간 기업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팬오션은 해외 곡물 터미널 운영을 통해 식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에 위치한 곡물 터미널 지분 75%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월 러시아 침공에 따른 항만 폐쇄 이후 운영이 중단됐으나, 최근 육로와 해로를 통해 밀과 옥수수 반출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팬오션은 미국 워싱턴주 롱뷰항의 EGT곡물 터미널에 2대 주주(36.0%)로 참여하고 있다. 두 회사가 지난해 취급한 곡물의 양은 115만t인데, 이 중 절반이 넘는 61만t을 국내로 들여왔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에 연간 쌀 10만t을 도정·저장·포장할 수 있는 기지인 미곡종합처리장(RPC)도 운영 중이다.


또한 LX인터내셔널, 삼성물산 등의 종합 상사들은 팜유 위주로 식량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2009년부터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서 팜 농장을 운영했으며, 현재 팜 농장 3곳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기준 연간 15만t에 이르는 팜오일(CPO)을 생산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2008년 인도네시아 팜 농장 운영 사업에 진출해 현재 연간 10만t 규모의 팜 오일(CPO)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중심으로 팜 오일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곡물시장의 유통 구조가 독점 체제라 곡물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ABCD’(ADM, 번지, 카길, LDC)라 불리는 4대 글로벌 기업이 세계 곡물 교역량의 약 75%를 장악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식량 위기 대응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향후 정부가 정책을 내고 국내 식량 안보 대응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면 그간 해외 식량 사업에 진출해온 기업들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김지애 기자

* 기사, 썸네일이미지 출처: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63481&code=11151400&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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