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식물의 보고’ DMZ… 훼손된 산림생태계 복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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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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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이후 70여 년간 사람들 발길이 통제된 비무장지대(DMZ·Demilitarized Zone)와 군사시설보호법에 의해 여전히 민간인 출입이 한정된 민통선지역(CCL·Civillian Control Line) 및 접경지역.

통칭 ‘DMZ 일대’로 불리는 이 지역의 면적은 453km²에 이른다. 다른 곳에선 찾아볼 수 없는 희귀 야생 동식물이 살며 독특한 자연생태계가 형성돼 있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은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불린다. 경제·학술적 가치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DMZ, 한반도 자생식물 절반 분포
산림청 산하 국립연구기관인 국립수목원(원장 최영태)은 2014∼2022년 DMZ 식물을 조사한 결과를 정리해 최근 ‘DMZ관속식물 분포도’를 발간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 일대에서 확인된 식물은 한반도 자생식물 3900여 종의 46%인 1790여 종에 달한다. 한반도 분포 식물의 약 절반이 이곳에서 자라는 셈이다.

DMZ 및 10개 접경지역에 분포하는 식물 중 한반도에만 분포하는 식물은 91종에 이른다. 강원 철원군과 경기 연천군 등에만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매자나무, 강원 양구군과 화천·인제군 등에서 발견된 개느삼, 강원과 경기 북부에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금강초롱꽃 등은 세계적으로도 DMZ 일대에만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식물은 생태계에서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고 동물과 곤충, 버섯과 같은 생물들의 다양성에도 영향을 준다. 국립수목원 장계선 박사(임업연구관)는 “DMZ의 식물을 보전하는 것은 DMZ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많은 곤충과 동물 등의 보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며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보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군사활동으로 위협받는 DMZ 식물
하지만 이 지역 생태계는 최근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수목원이 발간한 ‘한국의 숲(Ⅵ)-한국의 식물상 지역과 식생 기후’에 의하면 DMZ와 접경지역에는 한랭 온대 식물과 상량 온대 식물이 태백산맥 등을 따라 남한과 북한에 분포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산림 훼손으로 인해 식물 다양성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DMZ와 접경지역에서 식물을 보전하고 보호하는 것이 향후 한반도 식물 전체의 다양성 보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지속적인 군사 활동과 각종 개발사업도 산림 훼손과 식물 소실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 경기 김포 파주 등에서는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인천 옹진군과 강화군 등의 경우 섬과 낮은 지형 탓에 외래 식물의 침입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수목원 김창준 박사(임업연구사)는 “한반도의 식물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선 ‘남한’과 ‘북한’이라는 정치적 경계를 넘어 식물이 자생적으로 번식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립수목원, DMZ 식물자원의 산파 역할
국립수목원은 위기에 처한 DMZ 일대의 식물을 보호하고 복원하며 활용하기 위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국립수목원은 이 일대의 △식물조사·수집·보존·연구 △훼손된 생태계 복원 △우수한 생태계 보전 △산업화가 가능한 북방계 식물자원 발굴 및 증식기술 연구개발 등을 진행해 왔다. 특히 군사제한구역 내에선 군부대의 협조를 받으며 조사를 통해 정확한 식물 데이터를 구축해 왔다.

이를 통해 북한에 분포하는 양반풀, 왕별꽃, 실별꽃 등 3종을 확인하고 산림청이 지정한 희귀식물 185분류군, 특산식물 109분류군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DMZ관속식물 분포도’를 비롯해 ‘DMZ접경지역의 식물’, ‘DMZ침입 외래식물’ 등은 학계 등에서 유용한 도서로 활용되고 있다.

2016년 조성된 국립DMZ자생식물원(강원 양구군 해안면)도 국립수목원이 운영한다. 특히 이곳에선 DMZ의 다양한 식물자원, 특히 북방계 지역의 식물자원을 수집·보전하고, 통일 후 북한 지역의 산림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수목원 측은 DMZ 일대의 다양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자생 가능한 생태환경을 조성하는 ‘자연기반해법(NBS)’을 강조하고 있다. 또 복원대상지에 잘 적응하고 지속해서 번식할 수 있는 자생식물을 심어 이들이 자리를 잡고, 자연적으로 생물종 다양성을 회복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영태 국립수목원장은 “한반도 식물의 보고인 DMZ 일대의 온전한 보전과 훼손된 산림생태계 복원은 물론이고 DMZ의 가치 있는 식물을 더 많이 발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온 국민이 생태자원의 보고인 DMZ 일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이기진 기자

* 기사, 썸네일이미지 출처: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821/115076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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