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가뭄에 바싹 마른 논밭... 단비에도 웃지 못하는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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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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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논밭이 최악의 가뭄으로 바싹바싹 타들어가고 있다. 극심한 봄 가뭄으로 각종 작물 생장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농심마저 새까맣게 변하고 있다.


가뭄 피해가 가장 극심한 충남지역은 5월 한 달 평균 강수량이 5.4㎜로 평년 대비 5.7%에 불과했다. 최근 6개월 강수량도 183.7㎜로, 평년의 63% 수준이다. 작물에 물이 가장 필요한 5월 내내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도내 평균 저수율도 60.3%로 낮아졌다. 이처럼 가뭄으로 인해 충남지역 밭은 15개 시군 중 14곳이 관심단계(토양유효수분 60% 이하)로 분류됐다.


강수량, 평년의 3.6% 수준 불과


대구지역의 올해 강수량도 5월까지 77.1㎜로 평년의 32%에 불과했다. 두 차례 큰 산불이 난 울진은 5월 강수량이 2.6㎜로 평년의 3.6%에 그칠 정도로 땅이 말라버렸다. 경남도 올해 누적 강수량이 평년의 46.7%로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해안은 ‘보통 가뭄’, 내륙은 ‘심한 가뭄’ 현상이 뚜렷한 상황이다. 거창군은 최근 6개월 누적 강수량이 평년 대비 35.7%에 불과했다. 저수지·소류지 178곳의 저수율은 59%가량이다.


인구가 밀집한 경기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올해 누적 강수량은 138mm로 지난달 기준 도내 93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52.0%로 떨어졌다. 평년(60.2%) 대비 88% 수준이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237개 농업용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도 61.6%로 평년(72.7%) 대비 85%에 불과했다. 강원지역 저수지 78곳의 평균 저수율도 48.6%로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저수율(14.1%)이 가장 낮은 춘천 신매저수지는 바닥 곳곳에 풀까지 자라고 있다.


충남도가 가뭄 피해지역에 긴급 투입한 양수기로 소류지 물을 논으로 관수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제때 물 공급 못해 수확 포기해야 할 판"


농업용 저수지 물이 말라가면서 농민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기 파주와 포천 등 저수지 인근 마을은 논바닥이 말라 제때 모내기를 못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 안성에서 5만㎡ 규모로 감자 농사를 짓는 농민은 "감자는 지금이 한창 자라는 시기인데, 가뭄 때문에 성장이 제대로 안 된다"며 "물 사정이 좋은 밭은 가까스로 버티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수확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동·예천·울진 등 경북 북부지역에선 5월 콩 파종 시기를 놓친 농가가 허다하다. 지난달 초 마쳤어야 할 고추 모종심기를 포기한 농가도 상당수다. 고추재배 농민 홍성융(49)씨는 "허리 높이만큼 자랐어야 할 고추가 아직도 무릎 높이에 머물고 있다"며 "생육이 더뎌 이대로라면 수확량이 평년 대비 40%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 경북 김천으로 귀농해 포도를 재배하는 김모(45)씨는 포도알이 굵어지는 비대기에 물을 흠뻑 줘야 하지만, 지하관정 용수량이 지난해의 30% 수준으로 줄어 걱정이 태산이다. 제때 물을 주지 못하면 수확해도 포도알이 작아 상품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가물어도 너무 가물어 하늘을 향해 원망도 해봤다”며 “아무 수입 없이 2년간 농사만 지었는데, 올해 제대로 수확하지 못하면 '쪽박신세'가 된다"고 탄식했다.


고구마 주산지인 전남 해남에서도 강수량 부족으로 새로 심은 고구마 순이 말라죽고, 양파와 참깨밭에도 가뭄 피해가 이어지는 등 곳곳에서 농민들의 신음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북 포항시와 장기농협이 장기면이장협의회 등 관내 단체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포항시 남구 장기면 읍내리 장기읍성에서 기우제를 올리고 있다. 포항시 제공


"제발 단비를 내려주소서" 기우제까지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자 속이 타들어가는 농심을 달래기 위한 기우제까지 열리고 있다. 지난 3일 강원 영월군은 봉래산 정상에서 가뭄 해소를 기원하는 기우제를 지냈다. 경북 포항시 장기읍성에서도 단비를 바라는 기우제가 개최됐다.


최명서 영월군수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농작물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제발 단비가 내려 올해도 큰 자연재해 없는 풍년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5일 광주·전남에 최고 43㎜의 비가 내리는 등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비소식이 전해졌지만, 가뭄 피해 해소엔 역부족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비는 지역별로 6일까지 이어지겠지만, 강수량이 많지 않아 해갈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전망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저수지 준설과 용수개발에도 나서는 등 물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행정안전부는 3일 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기상청 등 관계기관과 17개 광역시도, 충남 태안군과 전남 완도군, 경북 포항시, 경남 합천군 등 4개 시군의 가뭄 대책을 긴급 점검했다.


충남도는 지난달 30일 긴급회의를 열고 가뭄 극복 예산 39억5,000만 원을 순차적으로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농어촌공사와 함께 용수가 부족한 지역에 우선적으로 물을 공급하는 비상급수 운영에도 돌입했다. 특히 가뭄 피해가 가장 큰 노지 밭작물 재배지를 중심으로 급수대책을 추진 중이다. 소방서 등 관계기관의 장비와 인력 동원 등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용수 절약 교육과 홍보를 병행하고 있다.


전남도는 농업용수가 부족한 여수시 등 16개 시군에 용수개발비 23억 원을 지원, 관정 개발과 양수장 설치 및 저수지 배수로 준설을 추진하고 있다. 저수율 50% 이하 저수지는 하류 지역 농경지 퇴수 등을 양수해 물 채우기를 하고, 용수손실 방지를 위한 급수체계를 긴급 점검하고 있다. 전북도와 울산시도 가뭄대책 상황실을 설치한 데 이어 관정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예산 지원에 나섰다.


한겨레신문

홍성= 이준호 기자

대구= 류수현 기자

광주= 안경호 기자

이종구 기자

창원= 이동렬 기자


출처: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60515310005892?did=NA

썸네일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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