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이나 고지혈증이 있으면 탄수화물부터 줄이는 사람이 많다. 탄수화물은 혈당을 높이고 살을 찌운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탄수화물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탄수화물을 분해해 얻는 포도당은 뇌의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중요한 것은 탄수화물을 무조건 끊는 것이 아니라 어떤 탄수화물을 먹느냐다.
좋은 탄수화물은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화와 흡수가 느리고 혈당을 천천히 올린다. 단백질도 함유하고 있어 포만감을 높이고, 혈당과 콜레스테롤 관리에 도움이 되는 식물영양소도 풍부하다. 현미와 보리가 대표적이지만 이 밖에도 눈여겨볼 식품이 있다.
첫 번째는 자색고구마(사진)다. 속살이 보라색인 자색고구마에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 농촌진흥청의 동물실험에서는 자색고구마에서 추출한 안토시아닌을 투여한 쥐의 혈당이 한 시간 뒤 약 18% 감소했다. 다른 동물실험에서도 자색고구마 추출물을 섭취한 쥐의 중성지방이 줄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수치가 높아졌다. 다만 추출물을 이용한 동물실험 결과를 실제 섭취 효과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고구마는 조리법에 따라 혈당지수(GI)가 크게 달라진다. 제시된 수치에 따르면 생고구마는 54, 찐 고구마는 61, 군고구마는 94다. 혈당 관리가 필요하다면 구운 고구마보다 깨끗이 씻어 껍질째 생으로 먹는 방법을 고려할 만하다. 다만 생고구마는 소화가 불편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소화 상태도 살펴야 한다.
두 번째는 귀리다. 귀리는 현미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특히 수용성 식이섬유인 베타글루칸이 콜레스테롤 관리에 도움을 준다. 포만감을 높이고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데도 유익하다. 마그네슘과 칼슘도 들어 있다. 귀리는 미리 불린 뒤 쌀에 섞어 밥을 지으면 된다. 다만 가공 정도가 높은 인스턴트 오트밀은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어 제품의 성분과 가공 형태를 확인해야 한다. 통풍이 있다면 섭취량에도 주의하는 것이 좋다.
세 번째는 카무트로 알려진 호라산밀이다. 혈당지수가 비교적 낮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곡물이다. 혈당을 관리하면서 근육도 챙겨야 하는 사람들이 활용할 만하다. 충분히 불린 뒤 쌀과 1 대 1 비율로 섞어 밥을 짓거나 삶아서 요거트에 곁들여도 좋다. 다만 밀의 일종이므로 밀 알레르기가 있거나 글루텐을 피해야 하는 사람은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열량도 고려해 적당량 먹는 것이 중요하다.
네 번째는 율무다. 율무는 통곡물로, 코익솔이라는 성분이 혈당 조절과 염증 억제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 율무밥으로 먹거나 삶아서 샐러드에 곁들이면 좋다. 다만 시중의 율무차는 설탕 등 당류가 첨가된 제품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이나 고지혈증이 있다고 탄수화물을 무조건 멀리할 필요는 없다. 다만 아무리 좋은 탄수화물이라도 많이 먹으면 혈당과 열량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흰쌀밥이나 달콤한 가공식품 대신 자색고구마, 귀리, 카무트, 율무처럼 식이섬유와 영양소가 풍부한 식품을 적절히 활용해 보자. 건강한 탄수화물 섭취의 핵심은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골라 먹는 데 있다.
정세연 한의학 박사는 음식으로 치료하는 ‘식치합시다 정세연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유튜브 ‘정세연의 라이프연구소 채널’을 통해 각종 음식의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10월 기준 채널 구독자 수는 약 112만 명이다.
※정세연 원장의 ‘당뇨, 고지혈증 잡는 착한 탄수화물 4가지 꼭 알아두세요!’ (https://youtu.be/kThUvMCb31g?si=spjy-hp-I4intHLA)
[출처 : 동아일보, 정세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