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치한! 이를 달달 떨며 먹는 맛!
겨울에 즐기는 차가운 음식
얼음이 어는 계절이었으니 찬 음식을 즐기기 좋았으리라. 지금처럼 냉장고가 있어 사시사철 얼음을 얼릴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 당연한 이유로, 겨울은 차가운 음식이 어울린다. 더운 방에서 몸을 녹이는 동시에 차가운 살얼음을 맛보면, 속이 시원하다 못해 온몸이 찌릿찌릿하게 울린다.
냉면과 막국수가 겨울에 즐겨 먹던 음식이라는 사실은 이제 더는 놀랍지도 새삼스럽지도 않다. 여름철 찬 음식을 많이 먹으면 오히려 탈이 날 수 있으니 따뜻한 음식으로 땀을 빼는 것이 낫다는 의학계의 조언을 되새겨보면, 반대로 겨울에는 이한치한이 좋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당연히 떠오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겨울에 성질이 찬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몸의 표면은 차가워지는 계절이지만 내부로 열이 모여 몸 안은 따뜻한 열기가 뭉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온도가 찬 음식이 아니라 차가운 성질의 음식을 섭취해야 하는데, 냉면과 막국수의 주재료인 메밀은 차가운 성질의 대표적인 식품이다.
냉면을 먹을 때면 구수한 고기육수를 한잔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평양식 냉면 대부분은 육수를 얼려 내어 놓는데, 과거 위생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못했던 시절에 보관하기 어려운 동치미를 대체해 쓰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편 막국수에는 여전히 동치미를 쓰는 곳이 많다. 동치미는 겨울이 되어야 더욱 깊은 맛을 내며 익는다. 냉면으로 먹으나 막국수로 먹으나, 성질이 찬 메밀은 뜨끈한 육수나 소화를 돕는 동치미와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단 메밀에는 미량의 독소가 포함되어 있으니 이를 해독하는 무를 꼭 함께 먹으면 탈이 나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
겨울에 외갓집에 내려가면 할머니는 장독대에 가서 만들어둔 식혜를 떠 오셨다. 추운 곳에서 집 안으로 들어와 열기에 볼이 발갛게 달아오를 때쯤이면 “감주 한 사발 할텨?”라며 살얼음이 동동 뜬 식혜를 내미셨다.
식혜와 감주는 혼용해서 쓰기도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식혜의 밥알이 삭아 없어질 정도로 삭혀 거른 뒤 따뜻하게 마시는 음료가 감주라고 한다. 당분은 피로회복을 돕고 순간적인 에너지를 낼 수 있으니 지친 수험생의 간식으로도 알맞다. 뜨끈한 단맛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며 몸을 데우는 것도 물론 좋다. 하지만 아랫목에 앉아 고구마에 김치를 곁들여 먹으며 시원한 식혜 한 모금을 삼키는 맛에 비할 수 있을까?
식혜는 조청과 마찬가지로 쌀과 엿기름을 이용하는 형제지간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식품은 모두 소화에 좋아 명절에 기름진 음식을 잔뜩 먹고 먹으면 속이 더부룩한 것을 줄여주는 착한 식품이다. 추운 겨울 찾아올 손님들을 위해 빼먹지 않고 반드시 준비해야하는 음료가 바로 식혜인 것이다. 무와 고춧가루를 더해 똑 쏘는 매운 맛이 일품인 안동식혜 역시 겨울에 차갑게 즐기는 음료다. 여름무보다 겨울무가 더 달고 시원한 맛을 지녔기 때문이다.
쉽게 허기지는 긴 겨울밤을 지내기에는 식혜만한 간식도 없을 것이다. 단순한 음료와는 달리 밥이 들어 있어 든든하면서도 소화가 잘되어 늦은 시간에 먹어도 위에 부담이 없다. 이번 겨울에는 집에서 직접 만든 식혜를 베란다에 두고 차게 식혀먹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