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마주치고 마음이 어우러지는 곳 ‘고령 대가야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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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3-10-10
내용

값싸고 신선한 물건과 푸짐한 인심, 그리고 변치 않는 정경.
구석구석 눈길 닿는 곳마다 정겹고 활기찬 고령 대가야 시장을 찾았습니다.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600년 전통 시장에서
시간 여행을 하듯 우리 전통과 문화를 만나봅니다.



산해진미가 모여드는 천혜의 지역


경상북도 고령군은 깊은 산과 풍요로운 낙동강을 품고 있는 천혜의 지역으로, 예로부터 수로를 통한 물자 교류가 활발했습니다. 보부상의 왕래가 잦았던 만큼 일찍부터 시장이 발달했는데 대가야부터 신라,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시장의 명멸이 반복했죠. 고령 대가야 시장도 이러한 흐름 속에 형성되어, 기록상으로는 1941년 개설되었으나 그 시초는 수백 년 전이라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시장 주변으로는 깊은 산이 둘러싸고 남쪽과 동쪽 가까이에는 광활한 바다가 있어 농산물은 물론이고 진귀한 약초와 수산물까지 다양한 먹거리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특히 임금님 진상에 올랐던 고령 옥미, 당도가 뛰어난 고령 딸기와 멜론은 고령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입니다.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값싸고 품질 좋은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인근 대구, 창녕, 구미 등에서도 시장을 찾는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꼭 한번 먹어봐야 할 최고의 먹거리


고령 대가야 시장은 260여 개의 점포가 들어선 상설시장과 매월 4일, 9일로 끝나는 날에 열리는 오일장이 함께 서는 큰 규모의 전통시장입니다. 평일에도 시장은 늘 북적거리지만,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더욱 흥겨운 볼거리와 맛있는 먹거리가 가득하죠. 특히 오랜 역사를 가진 시장인지라, 맛과 품질을 인정받은 먹거리가 차고 넘쳐요. 구수하고 칼칼한 맛의 수구레 국밥, 흔치 않은 돼지고기인 뒷고기, 불 맛이 살아 있는 석쇠 불고기, 60년을 이어온 진미당 제과의 찹쌀떡까지! 시장 골목골목 구수한 국밥 냄새에, 연탄불에 이글이글 구워지는 불고기 향이 침샘을 자극합니다. 경북 여행에 꼭 한번 먹어봐야 할 먹거리에 고령 대가야 시장이 빠지지 않는 이유죠. 별미도 별미지만 상인들의 푸짐한 인심도 장날을 기다리게 해요. 허기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어 있던 마음도 푸근히 가득 채워 돌아올 수 있습니다.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시장


고령 대가야 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광경이 있습니다. 바로, 철기문화를 꽃피웠던 대가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대장간이죠. ‘고령 대장간’은 90여 년의 세월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오며 어느덧 3대째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어요. 땅땅, 퉁탕, 치익… 이글거리는 화로 앞에서 쇠를 두드리고 담금질하는 소리가 시장에 경쾌하게 울려 퍼집니다. 매대에 가지런히 놓인 낫, 호미, 곡괭이 따위의 농기구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향수에 젖습니다. ‘철의 왕국’이라 불렸던 1,500년 전의 대가야 왕국이 재현된 듯합니다.

시장의 더 깊은 골목으로 들어설수록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에 발걸음이 느려집니다. 구수한 밥 냄새를 풍기는 가마솥, 오래된 가옥을 개조한 잡화점, 그리고 오가는 사람들의 왁자한 이야기들. 오늘날 사라지고 잊히는 것들이 이 공간에서는 전설처럼 살아 있죠. 천천히 걸어야 그 모든 것들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뜨끈한 국밥 한 그릇에 속이 든든해지면 시장 구경이 더할 나위 없이 흡족할 겁니다.

주소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시장3길 29 
문의 054-954-5445
주차정보 인근 공영 주차장(무료)



고려 대가야 시장 추천 먹거리




수구레 국밥
소의 가죽 아래 붙은 피하 지방인 ‘수구레’를 주재료로 만든 국밥으로, 소고기가 귀하던 시절 먹던 음식입니다. 수구레 국밥은 인근 고령 가축시장에서 가져온 신선한 고기로 만들어 더욱 맛이 좋아요. 수구레의 쫀득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고, 국물 맛이 깔끔하여 누구나 좋아하는 별미입니다. 경상도에서는 ‘소구레’라고 부르기도 해요. 국밥은 물론 볶음, 수육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진미당 제과 찹쌀떡
60년 전통을 이어오는 제과점으로, 찹쌀떡 하나만을 판매하지만 줄 서서 먹는 맛집이에요. 국내산 찹쌀로 만든 쫀득한 떡에 통팥이 가득 들어있는데, 잘 으깬 호두와 팥앙금이 고소해요.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지만, 준비된 수량이 모두 판매되면 일찍 문을 닫습니다. 평일에도 점심시간이면 품절될 만큼 인기가 좋아요.

뒷고기와 석쇠 불고기
뒷고기는 삼겹살, 목살 등 주요 부위를 제외하고 남은 ‘자투리 고기’를 말하는 것으로, 주로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소비되어 왔습니다. 독특한 풍미와 쫄깃한 식감 때문에 뒷고기를 찾는 단골이 많죠. 먹거리 골목에는 석쇠 불고기를 파는 가게도 늘어서 있는데, 간장 소스로 양념한 돼지불고기를 연탄불에 초벌구이 후 내어줍니다. ‘단짠단짠’한 맛과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불 향을 느낄 수 있어요.


편집부 사진 박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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