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고령, ‘개실마을’ 고즈넉한 한옥에서 누리는 찬란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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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3-10-10
내용
대가야 문명의 발상지, 경북 고령은
유물과 고분군이 오늘날까지 잘 보존되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지역입니다.
고령군에 위치한 개실마을은 한옥의 원형을 갖추고 옛 전통과 문화유산을 지켜오고 있어요.
선선한 바람,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에 시간도 잠시 멈추는 곳, 

개실마을에서 가을의 정취를 느껴봅니다.




370년 고택의 기품과 여유



충청도와 경상도를 잇는 문경새재를 지나 상주에서 시작되는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면, 오래된 기와지붕과 함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마을이 나타납니다. 노태산에서 동쪽으로 길게 뻗은 산맥 아래 자리 잡은 고령 개실마을은 370년이 넘는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곳이에요. ‘꽃이 피는 아름다운 골’이라 하여 ‘개화실(開花室)’이라 부르던 마을은 세월이 흘러 ‘개실’이 되었습니다. 마을 곳곳을 수놓은 아름다운 가을꽃과 낡은 담장 너머로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발걸음도 느긋해집니다. 고택 마당 한편에 자리한 텃밭에는 따사로운 햇살 아래 고추와 감, 대추가 빨갛게 영글며 가을 정취를 더합니다. 발 닿는 곳마다 마을 사람들의 올곧은 기품과 수수한 인심, 그리고 여유가 느껴집니다.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이어가는 전통



개실마을은 조선 중기 영남 사림 학파의 종조인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후손이 집성촌을 이루고 사는 마을입니다. 대대로 인재를 배출해 온 선비의 고장인 만큼, 마을 사람들은 오랜 시간 전통적인 가치를 중시해 왔죠. 덕분에 선대가 살던 한옥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전통 방식의 제사와 차례를 전수해 오는 등 옛 유산을 잘 간직해 왔지만, 외지인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고 집안 웃음소리가 담 밖을 넘으면 안 되는 등 폐쇄적인 법도 또한 최근까지 남아 있었어요.


이렇게 보수적이었던 마을이 변하기 시작한 건 2001년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사업 시범마을’로 지정되면서부터입니다. 마을 발전 위원회를 조직해 개실마을만의 특색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한옥 별채를 개방해 일반인이 숙박할 수 있도록 조성한 것이죠. 처음에는 외지인이 집안을 드나들며 소란을 피운다고 불편해하는 마을 어르신들도 적지 않았지만, 방문객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차츰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마을 주민들도 함께 즐기는 분위기입니다.


도시에서 왔을 방문객들을 위해 알록달록 손수 가꾼 꽃밭, 김치며 된장이며 두어 가족은 더 먹을 만큼 넉넉하게 담근 항아리. 그 속에는 오랜만에 고향에 놀러 온 자식을 반기는 부모처럼,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주민들의 따스한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체험하는 관광 명소



주말이면 개실마을은 전국 각지에서 오는 방문객들의 인파로 북적거립니다. 마을 전체가 체험 공간으로 변하여 부산스럽고 활기가 넘치죠. 한옥 마을의 특색을 살린 충·효·예 전통 교육 체험부터 딸기, 옥수수, 고구마 등의 제철 농산물을 직접 수확해 보는 농사 체험, 야생화를 관찰하고 마을의 전설지를 구경하는 자연 체험까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많습니다. 개실마을이 농촌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한 이유죠. 마을 곳곳에서는 노랗게 익어가는 찰벼를 볼 수 있는데, 가을철 수확을 마치고 나면 찹쌀 유과를 만드는 체험도 진행됩니다. 은은한 단맛과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유과는 마을을 대표하는 특산품으로, 찾는 이들이 많아 명절에는 빠르게 동이 난다고 해요.


대가야는 가야금이라는 전통 악기가 전해 내려올 만큼 문화 강국이었습니다. 고령은 매년 봄 ‘고령 대가야 축제’를 개최하여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즐깁니다. 특히 올해는 고령 지산동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어 이를 기념하는 축제가 열릴 예정이에요.


가야는 철기문화만큼 토기문화도 발달했는데, 도자기의 재료가 되는 고령토가 이곳 고령에서 많이 나오는 흙이에요. 그 때문에 대가야의 토기문화를 잇는 도예가들이 많이 배출되었죠. 마을 안쪽에 자리 잡은 카페 겸 도예 체험 공간 ‘랑 STUDIO’는 이곳이 고향인 도예가 이숙랑 씨와 동생 이준기 씨가 할머니가 사시던 전통 한옥을 개조해 만든 공방입니다. 일반적인 도예 클래스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가마실도 마련되어 있어 더 심층적인 체험이 가능합니다.


대나무 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들고 울긋불긋 오색 단풍이 개실마을을 조금씩 가을로 채워갑니다. 세상의 속도에서 잠시 비켜나 있는 듯, 한옥 사이사이 굽이진 길처럼 마을에서의 시간도 천천히 곡선으로 흐릅니다.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온전한 휴식을 찾아 떠나는 길. 들숨을 따라 맑은 하늘이 가슴으로 들어오니 마음이 한결 순해집니다. 돌담 위에 가을 햇살이 포근히 내려앉습니다.




고령 개실마을 체험 프로그램



전통 교육 체험

충·효·예 예절교육, 전통차 다도 체험, 전통 혼례 체험


농사 체험

딸기 수확(봄), 모내기(3~5월), 옥수수 수확(여름), 고구마 수확(가을)


전통음식 체험

엿 만들기, 유과 만들기, 두부 만들기, 국수 만들기


자연 체험

야생화 관찰 및 화분 만들기, 옛날 전설지 구경하기, 썰매타기


만들기 체험

대나무 물총, 소리통, 비누, 압화 만들기

· 체험 문의: 개실마을 위원회(054-956-4022)


도예 체험

전사지 체험, 그림 그리기 체험, 도자기 빚기 체험, 물레 체험 등

· 체험 문의: 랑 STUDIO

※체험 프로그램은 사전에 전화 문의를 통해 예약이 필요합니다.




주변 가볼 만한 곳





대가야 생활촌은 1,500여 년 전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재현한 곳입니다. 생활촌 내부에는 500년 대가야 역사를 볼 수 있는 영상관, 대가야 전통의상을 직접 입어보는 복식 체험장, 대가야를 대표하는 토기와 철기문화를 체험하는 골안마을과 불묏골 등 다양한 테마로 구성되어 있어요. 전통 나룻배를 볼 수 있는 연못과 자연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생태 놀이터, 기와 마을과 초가 마을로 이루어진 숙박시설도 있어 가족과 함께 찾기 좋습니다.


주소 경상북도 고령군 대가야읍 신남로 81

연락처 054-950-7180

운영시간 3~10월 09:00 - 18:00 / 11~2월 09:00 - 17:00 (매주 월요일 휴무)



차주익 사진 박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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