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식량값 상승’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세계 경제 침체의 늪으로

추천
등록일
2023-02-23
내용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에너지와 식량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세계 경제에는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이 닥쳤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각국의 재정 확장 정책으로 가뜩이나 물가가 불안한 상황에서 전쟁은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경제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는 이에 반발하며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그 결과는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이었다.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던 유럽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세계의 곡창지대’라 불리는 우크라이나가 포화에 휩싸이며 식량 가격도 치솟았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8~2020년 기준 전 세계 밀의 3분의 1 이상, 옥수수의 5분의 1가량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생산됐다.

이에 따라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 41년 만의 최고치인 9.1%를 기록했고, 유로존도 지난해 10월까지 12개월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이는 가난한 나라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잘사는 나라들이 앞다퉈 금리를 올리면서 중·저소득 국가들의 부채위기가 심화된 것이다. 지난해 스리랑카는 국가부도 사태에 빠졌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으려는 국가가 최소 20개국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원조가 줄고 식량 수입 루트가 막히면서 식료품 가격이 폭등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은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값싸게 수입하던 밀을 구하지 못하면서 식량 위기에 더욱 취약해졌다. 유엔식량계획은 빈곤국에 지원하기 위해 전쟁 전인 2021년 140만t의 밀을 구입했는데, 그중 70%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이었다.

밀 소비량의 8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했던 이집트의 경우 전쟁 전 5%였던 물가상승률이 현재 25%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짐바브웨(230%), 베네수엘라(156%), 레바논(122%) 등은 세 자릿수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을 기록했다.

개전 1년을 맞은 현재 에너지와 식량가격은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그러나 고물가로부터 시작된 세계 각국의 고강도 긴축 정책, 미·중 무역 갈등과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는 세계 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이끌었다.

IMF는 지난달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팬데믹과 뒤이은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대립 등 세계의 분열 양상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을 최대 7%까지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 선명수 기자
* 기사, 썸네일이미지 출처: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02222219005
첨부파일

댓글쓰기댓글쓰기